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SNS·가짜뉴스 시대의 진짜 ‘어리석음’이란

by 무적의우리친구 2025. 4. 9.

SNS의 시대 - 거짓과 혼돈의 시대

『우신예찬(The Praise of Folly)』은 16세기 르네상스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Erasmus)가 집필한 고전 풍자문학입니다.

‘어리석음의 여신’이라는 가상의 화자가 등장해 당시 유럽 사회의 위선과 허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책은,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강력한 통찰을 던집니다.

특히 SNS, 가짜뉴스, 자기 확신과 확증편향이 넘치는 오늘날의 정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진짜 어리석음이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 글에서는 『우신예찬』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해봅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지혜는 사라졌다 – 에라스뮈스의 경고

에라스뮈스는 『우신예찬』에서 “세상의 모든 일은 어리석음 덕에 돌아간다”는 역설적 선언을 합니다. 그는 종교 지도자, 학자, 정치가, 철학자, 심지어 자신까지도 풍자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으며, 자기 확신에 도취된 인간의 모습을 ‘어리석음의 여신’이라는 우화적 장치를 통해 묘사합니다.

이는 단지 웃자고 쓴 글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가장 어리석어질 때는 자신을 가장 똑똑하다고 믿을 때라는 진실을 유쾌하게 꼬집은 것입니다.

오늘날 SNS와 알고리즘 기반 정보 환경은 우리를 끊임없이 ‘나와 비슷한 생각만 보여주는 확증편향의 방’에 가둡니다. 가짜뉴스는 진실보다 빠르게 퍼지고, 비논리적인 음모론은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습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확신을 강화하고, 다른 생각을 조롱하며, 마침내 자신도 모르게 진짜 어리석음에 물들게 됩니다.

에라스뮈스가 비판했던 “모두가 진리를 말한다고 믿지만, 아무도 진리를 보지 못하는 사회”는 지금, SNS 속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웃음을 가장한 고발 – 풍자의 힘은 무엇을 겨누는가?

『우신예찬』은 단지 과거 유럽 사회를 풍자한 고전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비판적 사고의 교본’입니다.

에라스뮈스는 대놓고 공격하지 않고, ‘우신(어리석음)’의 입을 빌려 사회를 풍자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풍자가 가진 힘, 즉 웃음 속의 날카로운 고발성 때문입니다.

SNS 상에서도 풍자는 자주 쓰입니다. 밈(meme), 패러디, 댓글 유머 등은 때론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풍자가 진짜 힘을 가지려면, 자기 자신도 포함하는 유쾌한 자성이 있어야 합니다.

『우신예찬』은 바로 이 점에서 탁월합니다. 에라스뮈스는 교회를 비판하지만, 종교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학문을 풍자하지만, 지식의 중요성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권위에 중독된 태도, 절대화된 신념, 유머 없는 확신이야말로 진짜 어리석음이라고 말합니다.

이 시대에 진짜 ‘풍자’가 되려면,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유머와 성찰을 동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풍자는 또 다른 어리석음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현명함 – 비판적 사고라는 고전의 유산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정보, 뉴스, 게시글을 접합니다. 하지만 정보는 곧 지식이 아니며, 지식은 곧 지혜가 아닙니다.

에라스뮈스는 『우신예찬』에서 “인간이 가장 어리석을 때는, 스스로 현명하다고 느끼는 순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오늘날 댓글, 공유, 팔로워 수가 판단 기준이 된 정보 소비 방식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진짜 ‘현명함’은 자기 의심에서 시작됩니다. 우신(어리석음)은 확신에 빠진 우리를 유쾌하게 비웃고 있지만, 에라스뮈스는 그 비웃음 안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용기가 담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비판적 사고란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힘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힘이라는 뜻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우신예찬』은 다시금 우리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읽는 것이 진짜인가? 당신이 믿는 것이 사실인가? 그리고 당신의 판단은, 타인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의 내면에서 시작된 것인가?

결론: 가장 위험한 어리석음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는 것’

『우신예찬』은 고전이지만, 그 안에 담긴 풍자와 통찰은 여전히 오늘을 겨냥합니다. SNS와 가짜뉴스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 진짜 어리석음은 정보의 부족이 아니라, 성찰의 결여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뉴스가 아니라, 더 깊은 생각입니다.

에라스뮈스는 웃으며 말합니다. “내 이름은 어리석음이지만, 진정한 어리석음은 너희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