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 중 하나로,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시기를 배경으로 인간의 분노, 명예, 죽음, 신과 인간의 갈등을 장대한 서사로 풀어낸 고전입니다.
OTT 콘텐츠가 지배하는 넷플릭스 시대에, 빠른 전개와 자극적 서사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다시금 『일리아드』를 찾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왜 이 오래된 이야기가 지금도 여전히 강력하게 다가올까요? 본 글에서는 『일리아드』의 구조, 정서, 메시지를 중심으로 그 현대적 의미를 조명합니다.
1. 분노의 서사 – 감정의 핵을 꿰뚫다
『일리아드』의 시작은 “노래하라,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서사 전체를 이끄는 중심 정서는 ‘분노’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원초적인 동력이자 파괴력이기도 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명예를 침해당하자 전쟁에서 빠지고, 그의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전장에 복귀하며, 극단적인 복수와 전투를 벌입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인간이 감정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잃고,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감정 서사입니다.
넷플릭스의 인기 콘텐츠들도 감정의 동력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복수극, 갈등, 갈라진 가족, 애증 등 복잡한 감정의 흐름이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일리아드』는 이러한 감정 구조의 원형을 보여주는 서사로, 지금의 드라마적 감정 표현의 뿌리를 탐색할 수 있는 고전입니다.
2. 인물 중심의 입체 서사 – 영웅 vs 인간
현대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캐릭터 중심 서사입니다. 플롯보다 인물의 감정, 과거, 선택, 성장이 핵심입니다. 『일리아드』 또한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갈등을 지닌 존재로 그려집니다.
아킬레우스는 전능한 전사이지만, 동시에 고독과 상실, 허무함에 빠지는 인물입니다. 헥토르는 이상적인 시민이자 아버지, 아들이자 장군이며, 죽음을 앞둔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프리아모스, 헬레네, 안드로마케, 아가멤논 등 각자의 입장에서 뚜렷한 내면과 갈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서사에 풍성함을 더합니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전통적인 선악 이분법을 넘어서 복합적 인물상을 보여주듯, 『일리아드』는 고대임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인 인간 묘사를 통해 서사의 밀도와 공감력을 높입니다. 이 점에서, 오늘날의 서사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3. 폭력과 신성, 죽음의 철학 – 오늘의 질문과 연결되다
『일리아드』는 단지 전쟁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쟁이 인간에게 남기는 심리적 흔적, 존재의 의미, 신과 인간의 경계, 죽음의 필연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담긴 서사입니다.
아킬레우스가 헥토르를 죽인 후, 시체를 훼손하는 장면이나, 프리아모스가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찾아오는 장면 등은 단순히 서사적 절정이 아니라, 인간성과 존엄, 용서와 구원의 문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요즘 콘텐츠 속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전쟁의 참혹함, 폭력의 정당화 문제, 복수와 그 이후의 공허함 등은 현대의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주제입니다.
결국 『일리아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것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어디에서 멈추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입니다. 이 질문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이 고전을 읽을 이유가 있습니다.
결론: 고전은 오래된 드라마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 서사다
『일리아드』는 문학의 원형이자, 오늘날 모든 드라마적 서사의 시작점입니다. 감정의 뿌리, 인물의 복합성, 갈등과 용서, 죽음과 명예 등 수많은 현대적 테마가 이미 그 안에 녹아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대의 독자와 시청자는 더 이상 빠른 소비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깊이와 밀도, 공감 가능한 서사를 원하고, 『일리아드』는 바로 그 본질에 가장 가까운 고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이 작품을 펼쳐야 합니다.
고전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