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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공공행정의 뿌리 – 정약용의 사상

by 무적의우리친구 2025. 4. 9.

다산 정약용

오늘날 대한민국의 행정제도와 리더십은 서구의 제도적 틀을 차용했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의 사상과 정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을 통해 행정, 법률, 형벌, 조직 운영에 대한 실천 중심의 이론과 철학을 남겼으며, 이는 오늘날 공공행정의 철학적 기반이자 리더십 교육의 고전적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형 공공행정의 기원과 방향을 정약용의 사상을 통해 살펴봅니다.

민본(民本)과 애민(愛民) – 백성을 중심에 둔 행정 철학

정약용이 남긴 가장 핵심적인 행정 철학은 바로 민본사상(民本思想)입니다. 『목민심서』 서문에서 그는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고 하며, 통치자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 행정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지방관이 가져야 할 기본 태도로 청렴(淸廉), 근면(勤勉), 절제(節制)를 강조하며, 각종 행정 업무—세금 징수, 복지, 인사, 사법, 치안—에서 ‘백성의 입장’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늘날의 공공행정에서도 ‘주민 참여’, ‘복지 중심 행정’, ‘현장 행정’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정약용의 애민 정신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백성의 고통을 덜기 위해 세금과 부역의 개선안을 제시하고, 탐관오리를 척결하며, 행정의 사적 오남용을 철저히 경계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결국 “백성의 삶을 바꾸는 것이 행정의 본질”임을 말합니다.

조직 운영과 공직 윤리 – 『목민심서』의 실용적 리더십

『목민심서』는 지방관이 지켜야 할 12가지 실천 항목인 ‘육전(六典) 12목(牧)’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행정 분야별로 구체적인 윤리 기준과 실천 지침을 제시한 것으로, 현대 공직자 교육 교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율기(律己)” 항목에서는 공직자가 스스로를 엄격히 통제하고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익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하며, “이재(理財)” 항목에서는 공공 예산의 절약, 회계 투명성, 부정 수급 방지 등 오늘날에도 통하는 재정 운영 원칙을 서술합니다.

정약용은 “관리는 백성의 혈세를 받아 일하는 자이니, 그 하루가 백성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자세로 행정을 대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공무원 윤리, 청렴 교육, 지방자치 리더십에서 중요한 철학적 자산으로 기능합니다.

즉, 『목민심서』는 단순한 도덕적 가르침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매뉴얼이자 공직자 행동규범의 모범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의 본질은 ‘실천’ – 정약용 실학의 현대적 계승

정약용 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실천적 합리성입니다. 그는 이상에 머무는 유학자의 관념에서 벗어나, 법제, 제도, 행정조직, 운영방식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설계했습니다.

『경세유표』에서는 중앙정부 조직의 개편, 관료 제도의 체계화, 인재 등용 방식의 개선 등을 제안하며, 이는 오늘날의 정부조직법이나 행정조직론과도 연결됩니다. 『흠흠신서』에서는 형벌과 재판 제도의 개혁을 다루며, 무고한 백성이 고문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인권 중심의 사법 철학을 강조합니다.

정약용은 지식인이 민생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쓸모없다고 보았으며, 모든 사유의 목적은 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사상은 “현장에 기반한 합리주의”이자 “백성을 향한 실용주의”로, 지금도 공공행정학자들과 정책가들이 주목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결론: 한국 행정의 뿌리는 ‘정약용 정신’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선진국형 행정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행정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정약용은 수백 년 전, 백성을 위한 조직 운영, 공직자의 윤리, 제도와 실천의 균형을 모두 갖춘 행정 철학자이자 실천가였습니다.

그의 저작은 단지 고전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의 행정에도 통용되는 생생한 지침서입니다. 정약용의 사상은 ‘한국형 공공행정’이라는 말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윤리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행정 철학의 뿌리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