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사에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사랑받아 온 의적 영웅들이 존재합니다. 한국 고전 문학의 대표적 영웅 『홍길동전』의 홍길동과 유럽 영문학에서 대표적인 민중 영웅 로빈후드(Robin Hood)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두 인물은 태생도, 활동 무대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부패한 권력과 불의에 맞서 민중을 구원하는 상징적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조선의 홍길동과 영국의 로빈후드를 비교하며 동서양 영웅 서사의 공통점과 차이,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들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봅니다.
홍길동과 로빈후드, 어떤 인물인가?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은 조선시대 양반의 서자(庶子)로 태어나 출생의 한계와 사회적 차별에 부딪히는 인물입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비애는 그 시대 조선 사회의 신분제 모순을 상징합니다. 이후 그는 현실을 떠나 활빈당을 조직해 탐관오리를 응징하고, 가난한 백성을 구제하며 의적 활동을 벌입니다.
반면, 로빈후드는 12~13세기 영국 전설 속 인물로, 노팅엄의 셔우드 숲(Sherwood Forest)을 근거지로 삼아 부패한 귀족과 부자들에게서 돈과 물건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인물입니다. 영국의 중세 봉건사회 속에서 민중의 구원자로 그려졌으며, 잉글랜드 왕 리처드 1세의 충신이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더 영웅적 이미지가 강화되었습니다.
두 인물 모두 출신 배경은 다르지만 민중을 위한 정의 구현, 불의한 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공통된 서사를 가집니다.
동서양 의적 서사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 ① 불의에 맞선 민중 영웅
홍길동과 로빈후드는 모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영웅입니다. 부자와 권력층이 독점하는 자원을 민중에게 환원한다는 점에서 ‘도적이지만 정의로운 존재’라는 설정이 같아 민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공통점 ② 정의와 분배의 서사
두 영웅 모두 ‘부자를 털어 가난한 자에게 나눠준다’는 전형적 서사 구조를 갖습니다.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사회가 가진 불평등 구조를 상징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차이점 ① 출신과 계급 인식
홍길동은 서얼 출신으로 신분 차별과 가족 내 모순에서 출발합니다. 이는 조선 사회의 유교적 질서와 신분제 구조 비판이 중심입니다. 반면 로빈후드는 귀족 출신 또는 기사 계급으로 설정되어 봉건적 질서 안에서 ‘착한 귀족’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차이점 ② 해결 방식
홍길동은 현실 조선을 떠나 이상 세계 율도국을 건설해 왕이 되어 통치합니다. 반면 로빈후드는 왕권 복귀와 왕의 충신으로 돌아가는 데 목표를 둡니다. 홍길동은 체제 바깥의 이상 세계를 꿈꾸지만 로빈후드는 기존 체제 내 개혁을 추구합니다.
차이점 ③ 문화적 상징성
홍길동은 신분제 비판과 함께 새로운 이상 사회 건설의 모델로서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로빈후드는 자연 속 자유인, 민중 연대, 숲과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자유와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다시 읽는 홍길동과 로빈후드
21세기 오늘날에도 홍길동과 로빈후드 서사는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에서는 홍길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영화, 웹툰 등이 등장하고, 로빈후드는 서양 팝컬처와 할리우드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습니다.
두 영웅은 불의에 저항하는 정신, 민중과 약자 편에 서려는 가치, 권력 비판과 평등 의식이라는 메시지를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방식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달라지며, 각 시대가 가진 사회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조선 홍길동이 ‘새로운 세상’을 꿈꾼 영웅이라면, 유럽 로빈후드는 ‘기존 체제 안에서 정의를 찾으려는 저항자’라는 점에서 각기 다른 동서양 의적 서사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 동서양 영웅 서사의 본질은 '정의'와 '저항'
『홍길동전』과 로빈후드 이야기는 서로 다른 배경과 시대, 문화에서 탄생했지만 공통적으로 ‘정의 실현’과 ‘불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 두 영웅은 단지 과거의 전설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필요한 가치와 정신을 전하는 문화적 아이콘입니다.
우리가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재해석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시대를 넘어서는 인간 본성, 사회 비판, 평등 추구의 메시지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