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는 17세기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죄'와 '벌', 그리고 '낙인'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적 억압을 깊이 탐구한 고전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비롯한 현대 세계에서는 낙인과 혐오, 배제 현상이 오히려 더 은밀하고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주홍글씨』가 보여주는 사회적 낙인의 본질과 혐오 사회 속 개인의 고통, 그리고 그 극복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낙인이란 무엇인가 – 『주홍글씨』 속 H자, 현대의 차별
『주홍글씨』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간통이라는 죄로 인해 가슴에 붉은 A(Adultery: 간통)를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합니다. 그녀의 죄는 단지 법적 처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교도 사회 속 엄격한 도덕 기준에 의해 '낙인'이라는 형태로 계속 재생산됩니다.
낙인은 무엇일까요?
-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부정적 정체성
- 과거의 실수나 신분, 배경으로 끊임없이 규정되는 상태
- 개인의 변화·노력·고통과 무관하게 지속되는 평가
오늘날 사회적 낙인은 어떤 모습일까요?
『주홍글씨』 낙인 | 현대 사회 낙인 |
---|---|
간통 여성 | 미혼모, 성소수자, 범죄자 낙인, 비정규직 |
빨간 A 글자 | SNS 조리돌림, 댓글 폭력, 신상 공개 |
공동체의 배제 | 직장 내 따돌림, 학교 내 왕따, 사회적 고립 |
혐오 사회의 또 다른 얼굴 – 낙인과 배제
오늘날 사회적 혐오와 낙인은 더 정교하고, 더 일상적입니다. 『주홍글씨』 속 청교도 사회처럼 법적 처벌이 끝난 사람도, 혹은 특별히 잘못이 없는 사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쉽게 낙인찍히고 배제됩니다.
대표적 현대 낙인의 예시
- 직업 차별 : '알바생',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 지역 차별 : '지방 출신', '농촌 사람'
- 젠더 혐오 : '페미니스트', '맘충', '한남충' 같은 모욕적 언어
- 장애·질병 낙인 : 우울증, 정신질환, 코로나 확진 경험자
- 가족 형태 낙인 : 미혼모, 한부모가정
『주홍글씨』가 전하는 극복의 메시지
하지만 『주홍글씨』가 진정 강렬한 이유는, 헤스터가 단순히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낙인 속에서도 새로운 삶을 개척합니다.
- 자립 : 바느질 솜씨로 생계를 꾸려감
- 공동체 봉사 : 가난한 이웃을 돕고 존경 받음
- 자기 치유 : 자신의 고통을 인간 이해로 확장
- 상징 전복 : 빨간 A 글자가 부끄러움이 아닌 'Able(능력)'의 상징으로 변화
결론: 『주홍글씨』, 혐오 사회를 넘어 인간 이해로
오늘날 한국 사회, 나아가 세계 사회는 다시 '주홍글씨' 시대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 사회적 편견, 경제적 격차 속에서 수많은 낙인과 혐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손은 말합니다.
“인간은 결코 단일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가 인간을 결정짓지 않는다.”
“진정한 용서는 타인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주홍글씨』는 과거 청교도 사회를 넘어, 지금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오늘 누구에게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을, 어떤 삶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는가?
그 질문 속에서 우리는 혐오 사회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